아버지는 분재원에서 일하신다. 항상 습하고 더운 커다란 비닐하우스에서 손님들이 맡겨놓은
분재화분을 아들인 나보다 더 위하며, 물을 주시고 비료를 주며, 꽃을 따 주신다.
주먹만한 분재화분이 작게는 몇십만원에서 몇백, 심지어는 몇천까지 나가는게 있으니,
내심 불안하셨는지 아버지는 어디선가 진돗개 한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세콤보다 개 한마리의 능력을 더 믿으신거다... 처음엔 그냥 백구라고만 불렀는데 아무래도
근사한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니 녀석의 이름을 짓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두들 이렇게 예쁘게 생긴 진돗개는 처음이라고 감탄 할 만큼 조이는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진 눈, 윤기가 반짝반짝 흐르는 까만 코, 쫙 빠진 몸매에 빛나는 하얀 털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들 미스코리아감이라고 한마디씩 하며 총명하고 어여쁜 조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다.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진돗개 백구, 그래서 녀석의 이름이 "조이"가 되었다. 조이는 우리 분재원에
나무를 맡겨놓은 손님과 일반사람들을 기차게 구별할 줄 알았고,
아버지가 주는 밥은 김치국물에 말아놓은 것이라도 아주 맛있게 싹싹 핥아 먹었다.
조이는 암컷으로, 장성해서 일년마다 새끼를 낳았다.
보통 다섯에서 일곱마리의 새끼들을 낳았는데,
새끼를 낳고 탈진해 있는 모습을 보면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가엾어 그냥 외면해 버리곤 했다.
그래도 아버진 건강한 새끼를 다산한다며 좋아 하셨고,
새끼를 낳은 날은 설렁탕까지 배달시켜 먹이셨다.
하지만 매일 분재를 지켜주고, 매년 새끼를 낳아주는 조이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비닐하우스 내부가 워낙 습해 조이는 피부병에 걸렸고 급기야, 흉하게 털이 숭숭 빠져버렸다.
몰골이 흉해지니 사람들은 조이가 곁에 오느걸 꺼리기 시작했고 눈치빠른
조이는 알아서 사람들 곁에 오질 않았다.
나는 그 무렵 아버질 도와 분재일을 하는 것이 실증날때로 나 있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 늘 불평불만에 가득차 있었다.
아버지와의 대립도 심해져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도 생겼다.
그 무렵 조이는 건너편 공사장 흙더미에서 곧 잘 놀곤했다.
사실 그때는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내 문제에만 빠져 조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내 문제에 골몰하다 건너편 공사장에서 놀고 있는 조이와 눈이 마주쳤다.
흙에다 몸을 비비던 조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나를 피해 어디론가 가벼렸다.
친구를 만나고 밤 늦게 들어 오는데, 그때까지 아버지가 안주무시고 조이곁에 계셨다.
흘깃보니 무슨 약을 발라주시는 것 같았다.
난 그냥 피부병 약이겠거니 하고 들어가려는데 아버지가 한숨을 쉬셨다.
"병원에 가면 괜찮다고 하는데 이건 그냥 피부병이 아니것 같어"
아버지의 말씀에 조이를 보니 젖에 누렇게 고름이 묻어있었다."
"이렇게 진물이 많이 나는데 괜찮다고만 하니 의사들이 순 돌팔이지...
"아버지는 조이를 걱정스럽게 보시며 계속 한숨을 쉬셨다. "괜찬으니까 괜찮다고 하겠죠."
안 아버지께 툭 쏘아붙이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다음날 난 아버지께 집을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전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요. 다른 공부를 하겠어요.
당분가 종수네 집에 있을께요." 그러나 아버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아버지" 하고 외치가...
"얘 조이좀 찾아봐라" "왜요?" "하루종일 안보여서 그래" 아버지의 머릿속엔 낵 들어있지 않았다.
더 이상 얘길하길 포기하고 난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
조이가 여기서 살은지4년이 넘은데다 동네사람들도 조이를 달 알아서 잃어버린다고
생각한적이 없는데 아무도 조이를 못봤다고 한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그 다음날도 조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차에 치였나해서 경찰서에 신고까지 해보고 알아봤지만 조이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분재원에 오는 손님 한분이 20일 넘게 실종된 조이를 물으며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툭 던지셨다.
그게 피부병이 아니라 유방암이었나 봐요. 그렇게 고름까지 흘린걸 보면...
더 이상 찾지 마세요. 죽으로 갔나봐요." "죽으러 가다니?" 난 무슨 소린가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진돗개는 주인이 안보는데서 죽는다고 합니다. 주인에게 폐끼치기 싫어서...
그래서 진돗개를 두고 영물이라고 하나봐요." 난 비닐하우스를 박차고 나갔다.
어두어진 밤하늘에 함박눈이 내렸다. 조이야! 조이야! 아무리 불러도 내 목소리는
동네 앞산에서 메아리만 되어 다시 돌아올 뿐이었다.
조이는 많이 아팠었다. 공사장 흙더미에서 논 것이 아니라 흐르는 고름을
연신 흙에다 문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피해 안보이는 곳으로 갔던 것이다.
그런데 난 몰랐다. 일하기 싫다고 아버지께 언성을 높이고
집나갈 계획을 세우느라 조이가 그렇게 아픈지 몰랐었다.
마지막까지 폐를끼치기 싫어 집을 나간 조이..
나는 집이 싫어 나가려고 했고 조이는 미안해서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않아 목이 꺽꺽 쉬도록 울었다.
함박눈이 묻혀 영원히 자취를 감처버린 조이 차라리 보는 앞에서
죽었으면 무덤이라도 만들어 줄 수 있었을 것을...
난 화가나 시멘트 벽을 뻥뻥차며 울었다.
조이가 죽은지 반년이 넘었다.
조이만 생각하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 아직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그냥 네발달린 짐승이라고만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떠났다.
백구녀석 한 마리가 날 철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