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리불안증 1 - 친밀관계와 관계의 주체
매장에서 어린 강아지를 보면 깡충거리면서 노는 모습에 반하거나 웅크리고 자고 있는 인형 같은 모습에 반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반려견을 입양한 후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보호자의 심리에는 아직도 귀엽기만 하지만 똥 오줌을 아무 데나 싸 놓거나 펜스 안에서 펜스에 기대서서 울어대거나 뒷다리로 뛰고, 성질에 못 이겨 바닥에 깔아 놓은 패드를 죄 뜯어 놓거나 무릎 담요를 물고 으르렁거리며 흔들고 있는 모습에 당황스러워합니다. 내가 매장에서 봤던 ‘얌전한’ 아이가 맞나 혼란스러워합니다. 너무 시끄러워 펜스에서 꺼내 주면 그다음은 방 문입니다. 방 문 앞에 앉아 울거나 짖거나 방 문을 긁기 시작합니다. 참다못해 방 문을 열어줍니다. 그다음은 침대입니다. 침대에 올려달라고 울거나 짖습니다. 결국 침대에 올려주면 사람 옆에서 잠을 잡니다.
어떤 고객이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추를 데리고 접종하러 왔는데, 눈이 퀭한 게 상당히 피곤해 보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강아지가 침대에 올라오려고 해서 침대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밀쳐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밤새도록 그러다가 아침을 맞았다고 합니다.
가족이 귀가하면 달려 나가 맞이하는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집 안에 함께 있던 가족들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은 문 여는 소리가 들린 것도 아닌데 이미 한참 전부터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밖에서 문에 손을 대는 순간, 혹은 이미 그전부터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합니다. 현관 앞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펄쩍펄쩍 뛰는 아이, 온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아이, 지금 들어온 가족에게 안겨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가족의 얼굴을 핥는 아이, 뛰지는 않고 제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는 아이, 흥분하고 있다가 문 열고 들어온 가족을 보는 순간 오줌을 지리면서 멀어져 가는 아이, 한동안 계속 따라다니는 아이.
가족들은 이런 아이들이 "그래도 빨리 안아줘야 흥분이 빨리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한동안의 난리 법석이 끝나고 나면 가족들은 식사를 하거나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거나 책상 앞에 앉게 됩니다. 이때 반려견들은 소파에 올려달라고 보체 결국 가족의 품에 안겨 있거나 스스로 뛰어올라 가족에게 엉덩이를 들이밀고 붙어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은 가족의 발치에서 웅크리고 잠을 청하거나 ‘나 좀 어떻게 해봐’라는 듯 가족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장난으로 발로 슥 밀어내면 낮은 포복으로 원위치로 돌아와 가족의 발끝에라도 자기 발이나 몸을 대고 있으려고 하고, 눈은 먼 산을 바라보듯 의뭉 떱니다.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식을 달라고 보채거나 세상에 둘도 없을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다가 ‘목적’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위에 나열한 세 가지 사례는 반려견을 키우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가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상당히 유사합니다. 위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족 구성원 전부, 혹은 일부와 반려견 사이에 친밀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관계의 주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친밀관계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10명 중 8명은 ‘나(사람)’라고 대답합니다.
상담을 해 보면 위에 나열한 상황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어렴풋 느끼는 고객도 있으나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들이 원래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있는 자리에 반려견이 왔고, 이어서 친밀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분명 관계의 주체는 반려견입니다.
사람의 명령에 따라 반려견이 사람에게 다가온 상황은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2016. 6. 17-